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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 비자, 정착 정보

외국인이라 정규직 어렵다? NO! 독일 법이 보장하는 당신의 권리 공개

by 꽃씨* 2025. 10. 2.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독일에서 일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에 저는 매일 밤 계약서를 펼쳐놓고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기간제 계약 만료일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회사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거든요. 한국에서도 비정규직으로 일해본 적이 있었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타국에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불안이었어요. 체류 자격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삶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때 같은 부서의 터키 출신 동료가 저한테 다가와서 물었어요. "너도 곧 2년 되지 않아?" 알고 보니 그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더라고요. 우리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가 가져온 노트북에는 독일 노동법 관련 사이트들이 빼곡하게 북마크되어 있었어요. 저는 그날 처음으로 TzBfG라는 약어를 알게 됐죠. Teilzeit- und Befristungsgesetz,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에 관한 법률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기간제 계약 규정은 생각보다 명확했어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 계약은 최대 2년까지만 가능하고 그 안에서 최대 3번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는 거였죠. 우리 회사는 저를 처음에 6개월 계약으로 시작해서 이미 두 번 연장했던 상태였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장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었어요. 만약 회사가 이번에도 기간제로만 연장하려 한다면, 법적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였죠. 터키 친구는 hensche.de라는 노동법 전문 사이트를 보여주면서 판례들을 하나씩 읽어줬어요. 어떤 회사들은 이 규정을 어기고 계속 기간제로 고용하다가 법원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받은 사례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독일에는 AGG, 즉 일반평등대우법이라는 게 있어서 국적이나 출신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서 차별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는 거예요. 저는 솔직히 '외국인이라서 정규직은 어렵겠지'라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법적으로는 그런 차별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물론 회사가 대놓고 "당신은 외국인이라서 안 돼"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비슷한 조건의 독일인 동료는 정규직이 되고 저만 안 된다면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였어요.

며칠 후, 인사팀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다음 주에 면담을 하자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그 주말 내내 준비를 했습니다. 계약서 복사본, 지금까지의 업무 평가서, 그리고 회사 내규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었죠. 특히 주목한 건 회사가 정규직 공석이 생길 때마다 기간제 직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었어요.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우리 부서에 정규직 자리가 두 번 났었는데, 한 번은 외부 채용으로, 한 번은 다른 부서에서 전입으로 채워졌었거든요. 저한테는 지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거죠.

면담 당일, 저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회사 건물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인사팀장과 제 직속 상사가 함께 들어왔어요.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제 업무 성과를 칭찬하면서도, 현재 회사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를 꺼냈어요. 예산 문제로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다는 거였죠. 하지만 6개월 더 기간제로 연장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침착하게 물었어요. "지금이 세 번째 연장인데,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인사팀장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특별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것이니 사유가 있는 기간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답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알고 있었죠. 사유가 있는 기간제라고 해도 그 사유가 명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단순히 '프로젝트 수행'이라는 모호한 이유로는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요.

그날 저녁, 저는 고민 끝에 노동법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첫 상담은 무료였는데, 변호사는 제 상황을 듣고 나서 명확하게 조언해줬어요. "만약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하거나 부당한 조건으로 연장하려 한다면, 계약 종료일로부터 3주 이내에 Entfristungsklage, 즉 기간제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권리를 잃게 되니 꼭 기억하세요."

변호사는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도 알려줬어요. 제가 이미 같은 회사에서 연속으로 6개월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독일의 해고보호법(KSchG) 적용을 받는다는 거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상시 근로자가 50명이 넘는 곳이었으니까 당연히 해당됐죠. 설령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근속 기간은 처음 입사일부터 계산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어떤 회사들은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수습 기간을 다시 설정하려고 하는데, 이미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인사팀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제가 알고 있는 법적 권리들을 언급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죠. 특히 지난 2년간 제가 수행한 업무가 일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의 상시적인 업무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면,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서면으로 받고 싶다고 덧붙였어요.

이메일을 보낸 후 일주일 동안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불안했지만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인사팀장이 직접 제 자리로 찾아왔습니다. "다시 얘기해보고 싶은데 시간 있나요?" 이번엔 회의실이 아니라 건물 밖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눴어요. 그는 회사가 제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경영진과 논의한 결과 정규직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저는 블루카드 소지자였는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체류 자격과 관련된 문제도 고려해야 했거든요. 블루카드는 특정 직무와 연봉 조건을 충족해야 유지되는데, 만약 정규직 전환으로 직무 내용이나 조건이 크게 바뀐다면 외국인청에 통지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특히 블루카드를 받은 지 1년이 안 된 시점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했죠. 저는 다행히 1년을 넘긴 상태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민 전문 변호사와도 상담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는 make-it-in-germany.com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면서, 일반적으로 같은 회사 내에서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고용주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줬어요. 다만 연봉이 블루카드 최소 기준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직무가 처음 신청했던 분야와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죠.

정규직 전환 협상이 진행되면서 저는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먼저, 독일에서는 근로자의 권리가 법적으로 상당히 잘 보호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려면 스스로 법을 알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서면으로 남기고, 법적 기한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거였어요.

제 경우를 정리해보면 이랬습니다. 6개월 계약 후 6개월 연장, 그다음 1년 연장으로 총 2년을 채웠고, 법적으로 더 이상 정당한 사유 없는 기간제 연장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회사는 처음에는 '프로젝트 기반'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기간제를 제안했지만, 제가 법적 근거를 들어 이의를 제기하자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게 된 거예요. 만약 제가 그냥 조용히 있었다면 아마 계약 종료와 함께 회사를 떠나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다른 외국인 동료들 중에는 이런 규정을 몰라서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어요. 한 인도 출신 엔지니어는 3년 동안 6개월짜리 계약을 계속 갱신하면서 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1년 전부터 법적으로는 무기한 계약으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미 계약 종료 후 3주가 지나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정규직 전환이 확정된 후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새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급여나 휴가 같은 기본 조건들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했어요. 특히 주의깊게 본 건 수습 기간 조항이었습니다. 회사는 새 계약서에 6개월 수습 기간을 넣으려고 했는데, 저는 이미 2년을 일한 직원에게 다시 수습을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어요. 법적으로도 해고보호법상 6개월 대기 기간은 최초 입사일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수습 기간을 다시 설정한다고 해서 회사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또 하나 중요했던 건 기존에 쌓았던 근속 기간과 연차가 제대로 인정되는지 확인하는 거였어요. 일부 회사들은 정규직 전환을 '새로운 계약'으로 간주해서 연차를 리셋하려고 하는데, 이는 명백히 부당한 처사였죠. 저는 이 부분도 명확히 해서 기존 근속 기간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습니다.

정규직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심리적 안정감이었어요. 더 이상 몇 개월 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죠. 독일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규직 계약은 그 조건을 충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정규직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제 권리를 정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이었어요. 독일 시스템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많지만, 그것도 본인이 알고 활용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지금도 가끔 터키 친구와 만나서 커피를 마실 때면 그때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정규직이 됐는데, 우리가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했던 게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일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제대로 알고 대응하면 충분히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제가 당시에 참고했던 정보들을 좀 더 자세히 정리해보면,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계약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거예요. 언제 입사했는지, 몇 번 연장했는지, 각 계약 기간은 얼마였는지를 명확히 정리해두세요. 그리고 회사에서 정규직 공고가 날 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어두거나 이메일로 저장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정규직 자리가 없었다"고 주장할 때 반박 자료로 쓸 수 있거든요.

비용 면에서 보면, 노동법 전문 변호사 첫 상담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100-200유로 정도입니다. 실제로 소송까지 가게 되면 변호사 비용이 2000-3000유로까지 들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만약 소송에서 이기면 상대방이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되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도전해볼 만합니다.

제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느낀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있다면 가입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없더라도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독일은 집단적 노사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라서, 여러 명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도 더 신중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정규직 전환은 단순히 고용 안정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독일에서 장기적으로 살아가려면 신용도, 주택 임대, 대출 등 모든 면에서 정규직 신분이 유리합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비자나 영주권 신청 때도 정규직 계약서가 큰 힘이 되죠. 그러니 기간제 계약 만료가 다가온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시길 바랍니다. 독일법은 여러분의 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