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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재테크, 세금

베를린 청소년청에서 날아온 보조금 철회 통지서, 3개월 만에 되찾은 방법

by 꽃씨* 2025. 7. 13.

 

육아휴직 중 보육료 청구서가 날아왔다

- 독일 부모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진짜 이야기

베를린에서 둘째를 키우는 중이었다.
Elternzeit(육아휴직)도 어느덧 3개월 차, 하루가 멀다 하고 뒤엉킨 장난감과 울음소리 속에서 살고 있었고, 우리 부부는 그나마 Kita에 보내는 첫째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편함을 열자마자 멍해졌다.

“보육료 전액을 납부해주시기 바랍니다.”
864유로, 2주 내 납부.

우린 원래 보조금 대상자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처음엔 단순 실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청소년청(Jugendamt)에서 **보육 바우처(Kitagutschein)**를 철회해버린 것이다.


사소하다고 여긴 선택이 만든 결과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Jugendamt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통화 연결이 안 됐다. 세 번째 통화에서야 상담원과 연결됐고, 그들의 설명은 간단했다.

“가구 소득이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아, 맞다. 남편이 올 초 승진하면서 급여가 좀 올랐다.
게다가 나는 ElterngeldPlus를 선택하고 틈틈이 집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독일은 가구 전체의 총소득을 기준으로 보조금 여부를 판단한다.
이건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고는 안 했다.

왜냐고? 그냥... 바빴다. 아이 둘과 씨름하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그런 사소한 행정처리는 '나중에 하면 되지' 싶었다.
그 결과, 우리는 월 864유로를 추가로 내게 됐다.


'이의신청'이라는 마지막 기회

눈앞이 캄캄했지만, 그냥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보조금 철회 결정에는 항상 **이의신청 기한(Widerspruchsfrist)**이 있다.
보통은 결정문이 도착한 날부터 한 달 이내다.
나는 그 날 바로 아이들 재우고 밤 11시에 서류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 Elterngeld 수급 내역
  • 프리랜서 수입 내역
  • 남편 소득 명세서
  • 이전 Bescheid 사본들

그걸 다 모아서 이의신청서를 직접 작성해 이메일로 보냈다. 독일어는 아직도 매끄럽지 않지만, 번역기와 과거 다른 부모들의 포럼 글을 참고해서 완성했다.


2주 후, Jugendamt의 회신

보조금은 다시 복원되진 않았지만,
소급 적용은 유예되었고, 향후 3개월간 유예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매달 864유로를 바로 낼 필요는 없어졌고,
그 사이 재심사를 통해 다시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보육료 보조금은 자동이 아니라 조건부였다.
그 조건은 우리가 꾸준히 갱신하고, 증명해야 유지된다.


왜 이걸 미리 몰랐을까?

나는 평소 독일의 복지제도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들은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 ElterngeldPlus는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어 Kita 보조금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소득이 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 주소를 옮기면 구청이 달라져, 관할 Jugendamt가 바뀌고 서류가 통째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 해외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국내 송금도 ‘가구소득’으로 포함될 수 있다.

이런 걸 한국처럼 한 장 요약표로 만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독일의 시스템은 ‘제출자가 책임진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건 곧 고의로 간주될 수 있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려면

이후 나는 구글 캘린더에 ‘소득신고 확인’이라는 반복 알림을 넣었다.
3개월마다 남편의 급여명세서를 출력하고, 내 소득 정산서를 스스로 만들었다.
주소를 변경할 땐 무조건 구청과 Kita 양쪽에 모두 신고했다.
Jugendamt에서 오는 모든 우편은 즉시 열어서 내용과 날짜를 따로 메모했다.

이건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독일에서 부모로 산다는 건,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행정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당신도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다른 부모가 같은 통지서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선 ‘몰랐어요’가 통하지 않는다.
독일은 ‘절차 중심 사회’다. 제출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나는 여전히 독일이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제도’는 알아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그걸 모르고 겪는 첫 번째 경험이 Kitagutschein 철회였다.
부디 다른 부모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